옛선조들의 정취/생활속 옛물건들

항아리

윤주빠 2012. 5. 29. 12:57

인적 없는 시골 빈 집을 홀로 쓸쓸히 지키던 어머니의 항아리들을 드디어 다 가지고 나왔습니다.

먼지가 뽀얗게 내려 앉아 있는 항아리들을 볼때마다 기분이 너무 안 좋았었는데

마침 장인이 울진오셨길래 얼른 들어가서 소중히 모시고 나왔답니다.

어머니가 살아계셨다면 반짝반짝 광택도 나고 맛있는 된장,간장,고추장을 품고 있었을테지만

보살펴 주고 관심가져주는 사람이 없어 한쪽 구석에 천덕꾸러기처럼 널부러져 있었는데

그동안의 불편했던 마음이 속시원하게 뻥 뚫렸습니다.

우리 집으로 가지고 오자마자 물을 뿌리고 수세미로 쓱쓱 문질러주니

다시 뽀얀 속살을 보이면서 제 마음까지 환해집니다.

어른들은 큰 집에 있는 항아리는 작은 집으로 가지고 가면 안 된다고 그러던데

이것도 그 망할 장남만이 최고라는 생각에서 그렇게 말하는건 아닐까요?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모시고 나온 어머니의 항아리들....

간장독..

 

고추장독..

 

된장독...

 

            그리고 살짝 금이 가고 많이 낡아 버린 소금독..

 

             

 

                        우리집 장독대의 그림이 드디어 만족스럽게 나왔습니다.

불룩하게 튀어나온 항아리의 배만큼 제 배도 든든하게 불러오는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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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이제 속 시원하시죠?

먼지가 뽀얗게 덮인 모습에 얼마나 갑갑하셨나요..

불 꺼진 집을 보는 그 마음은 또 얼마나 답답하셨나요..

이제 매일 닦아주고 어루만져줄께요.

이제 매일 눈맞춤 해줄께요.

몇일전 마눌이 어머니 된장으로 끓여준 된장찌게를 먹다가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때문에

밥 먹다말고 한참을 끅끅거리며 울었습니다.

역시 할 수 없는 막내인가봐요.

이제 나이도 사십이 넘었으면 좀 어른스러워져야하는데

어머니 생각만하면 젖먹이 어린 아이로 돌아가서

자꾸만 생각하게 되고 그리워하게 되네요.

                   그래서 그 못나고 철부지인 막내아들은

                   오늘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때문에

                   끅끅거리며 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