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일상나들이/책향기

겨울나기 - 이외수

윤주빠 2009. 3. 26. 13:52

겨울나기 

 

저자 소개

작가파일보기 작가의 추천저 : 이외수

李外秀 1946년 경남 함양군에서 태어나,춘천교대를 자퇴했다. 1972년<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견습 어린이들』로 1975년 <세대>에 중편『훈장』으로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시작한 글쓰기가 벌써 30년을 바라보고 있다.
타고난 상상력으로 아름다운 언어의 연금술을 펼치는 기행과 파격의 작가 이외수, 특유의 괴벽으로 바보 같은 천재, 광인 같은 기인으로 명명되며 자신만의 색깔이 뚜렷한 문학의 세계를 구축해 온 예술가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아름다움의 추구이며,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바로 예술의 힘임을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출간한 20년이 넘은 첫 장편소설『꿈꾸는 식물』에서부터 근작에 이르기까지 그의 모든 소설은 4~50만부가 넘는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 문단에서 드문 작가다. 또 작가에서 든든한 힘이 되어주는 마니아 독자층을 이끌며 현재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 감성마을에 칩거, 오늘도 원고지 고랑마다 감성의 씨앗을 파종하기 위해 불면의 밤을 지새고 있다.

저서에 창작집 『겨울나기』(1980)를 비롯해 장편소설 『꿈꾸는 식물』, 『들개』(1981), 『칼』(1982), 『벽오금학도』(1992), 『황금비늘』(1997), 『괴물』(2002) 등이 있으며, 산문집 『내 잠 속에 비 내리는데』(1985), 『말더듬이의 겨울수첩』(1986), 『감성사전』, 『그대에게 던지는 사랑의 그물』(1998) 등이 있다. 이 밖에 우화집 『사부님 싸부님』, 『외뿔』과 시집 『풀꽃 술잔 나비』, 『그리움도 화석이 된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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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으로

추웠다. 어제는 진종일 싸늘한 진눈깨비가 내렸고, 이 아침 길바닥은 아주 단단하게 얼어붙어 있었으며 얼어붙은 길바닥 표면에는 식어빠진 햇볕이 양은색으로 흐리게 도금되어 있었다. 이따금 철사줄 같은 바람이 불어와 모질게 귓전을 때리고 스쳐갔다. 발가락은 모두 얼어서 사금파리에 찔린 기분이었다.--- p.271


죽음에도 향기가 있다고 했던가, 그 노랑나비는 이제 해골 주위를 맴돌면서 앉을 듯 말 듯 안타까운 날개짓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윽고는 해골 위에 가만히 내려 앉아 조용히 날개를 접었다. 아주 선명해 보였다.--- p.75


그로부터 사흘이 지나고 미스 정은 우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왔다. 그녀는 박동하의 빈 침대 앞에서 입술을 가늘게 떨며 눈물을 오래도록 흘린 뒤 106호실을 나갔다. 우리들 중의 하나는 깊숙히 고개를 떨구고 계속 환자복 앞단추를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외의 우리 모두는 창으로 걸어가 미스 정이 뜰을 지나서 요양원 정문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 것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p.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