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일상나들이/책향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밀란 쿤데라

윤주빠 2009. 3. 26. 14:10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책소개

세계적인 작가의 장편소설. 육체와 영혼, 삶의 의미와무의미, 시간의 직선적 진행과 윤회적 반복의 의미, 존재의 가벼움과 무거움, 부정과 긍정의 개념, 우연과운명, 기독교적 인류학과 생명의 질서 등 다양한 지적영역을 담은 장편이다.

저자 소개

작가파일보기 저 : 밀란 쿤데라

Milan Kundera 1929년 체코의 브륀에서 야나체크 음악원 교수의 아들로 태어났다. 밀란 쿤데라는 그 음악원에서 작곡을 공부하고 프라하의 예술아카데미 AMU에서 시나리오 작가와 영화감독 수업을 받았다. 1963년 이래 「프라하의 봄」이 외부의 억압으로 좌절될 때까지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운동'을 주도했으며, 1968년 모든 공직에서 해직당하고 저서가 압수되는 수모를 겪었다. 『농담』과 『우스운 사랑』 2권만이 쿤데라가 고국 체코에서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농담 La Plaisanterie』이 불역되는 즉시 프랑스에서도 명작가가 되다. 그 불역판 서문에서 아라공은 "금세기 최대의 소설가들 중 한 사람으로 소설이 빵과 마찬가지로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것임을 증명해주는 소설가"라고 격찬한바 있다. 2차대전 후 그는 대학생, 노동자, 바의 피아니스트(그의 아버지는 이미 유명한 피아니스트였다)를 거쳐 문학과 영화에 몰두했다. 그는 시와 극작품들을 썼고 프라하의 고등 영화연구원에서 가르쳤다. 밀로스 포만(Milos Forman), 그리고 장차 체코의 누벨 바그계 영화인들이 될 사람들은 두루 그의 제자들이었다.

소련 침공과 '프라하의 봄' 무렵의 숙청으로 인하여 그의 처지는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의 책들은 도서관에서 제거되었고 그 자신은 글쓰는 것도 가르치는 것도 금지되는 역경을 만났다. 1975년 그가 체코를 떠나 프랑스로 왔을 때 "프라하에서 서양은 그들 스스로가 파괴되는 광경을 목도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1975년 프랑스로 이주한 후 르네 대학에서 비교문학을 강의하다가 1980년에 파리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의 유명한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작가는 어떤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 테레사와 토마스는 우연히 서로 만났다가 사고로 함께 죽는다. 그들의 운명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결정들과 우연한 사건들과 어쩌다가 받아들이게 된 구속들의 축적이 낳은 산물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죽음을 향한 그 꼬불꼬불한 길,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의 완만한 상호간의 파괴는 영원한 애매함을 드러내 보이려는 듯 어떤 내면의 평화를 다시 찾는 길이기도 하다.

그 배경에는 60년대 체코와 70년대 유럽을 뒤흔들어놓은 시련이 깔려 있다. 지금은 멀어져버린 체코이지만 쿤데라의 작품 한복판에 주인공인 양 요지부동으로 박혀 있는 체코, 실제로 존재하는 나라라기보다는 신화적이고 보다 보편적인 나라, 유적과 멀리 떨어져 있는 거리 때문에 오히려 더욱 그 본질이 더 잘 보이는 듯한 그 나라. 변함 없는 성실성과 배반, 현실과 꿈,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찢겨진 존재들의 복합성, 그리고 또한 둘로 쪼개진 세계와 유럽의 드라마와 작가의 근원적 정신질환의 원인은 체코에 있었다.

밀란 쿤데라는 프랑스로 망명 후 소설가로서의 성공에 대해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변화가 너무나 급작스러웠던 게 사실입니다. 1968년까지 나는 체코 국내의 소설가였을 뿐 아무것도 외국어로 번역된 것이 없었으니까요. 그 뒤에 작품들이 더러 번역이 되긴 했습니다만 체코 안에서 작가로서의 나는 존재하지 않았지요. 그래서 나는 프랑스를 작가로서의 조국으로 선택한 겁니다. 내 책들이 먼저 나온 곳은 파리였고 나로서는 그 상징적 의미를 매우 귀중하게 여기고 있어요."

밀란 쿤데라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에 대한 개념이다. 지혜의 그물망이 chacha하게 얽혀 있는 그의 작품으로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농담』『생은 다른 곳에』『불멸』『사유하는 존재의 아름다움』『이별』『느림』『정체성』『향수』 등이 있다. 그의 작품들은 거의 모두가 탁월한 문학적 깊이를 인정받아서 메디치 상, 클레멘트 루케 상, 유로파 상, 체코 작가 상, 컴먼웰스 상, LA타임즈 소설상 등을 받았다. 미국 미시건 대학은 그의 문학적 공로를 높이 평가하면서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1978년에 출간된 『이별』은 유럽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이탈리아 문학상 프레미오 레테라리오 몬델로 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별』은 현대의 살아있는 신화라고 할 수 있다. 시간과 공간 속에 놓인 우리의 삶을 마치 모자이크처럼 정교하게 수놓으면서 사랑을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시인, 소설가, 희곡작가, 평론가, 번역가 등의 거의 모든 문학장르에서 다양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으며 포스트모더니즘 계열의 작가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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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가벼움과 무거움
2. 영혼과 육체
3. 이해받지 못한 말들
4. 영혼과 육체
5. 가벼움과 무거움
6. 대장정
7. 카레닌의 미소

책속으로

토마스는 생각했다 : 사랑과 섹스를 연관시킨 것은 창조주의 가장 괴이한 발상 중의 하나이다.
또 이런 생각도 했다 : 멍청한 섹스로부터 사랑을 구해 내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 머릿속의 시계를 다른 식으로 조절하여 제비만 보고도 흥분하는 수밖에 없다고. 그는 이런 나른한 생각에 빠져 들어갔다. 어지럽고 환상적인 공간인 잠의 문턱에서 그는 문득 모든 수수께끼의 해답, 신비의 열쇠, 새로운 이상향, 파라다이스를 발견했다고 확신했다 : 제비만 보아도 발기하고, 공격적이고 우매한 섹스의 방해를 받지 않으면서도 테레사를 사랑할 수 있는 세계.
--- p.273


키치란 존재와 망각 사이에 있는 환승역이다. 그러나 그 순간 사비나는 프라하 광장의 연단에 서 있는 이 상원의원의 모습을 상상했다. 그의 얼굴은 공산주의 국가의 사람들이 높은 연단에서 귿르의 발 아래로 행진하며 미소짓는 시민들에게 보내는 것과 똑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p.316 p287


백만분의 일의 상이성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은 오로지 섹스에서뿐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공개적으로 접근할 수 없으며 정복해야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세기 전만해도 이런 류의 정복은 많은 시간(수주일 심지어는 몇 달까지!)이 요구되었고, 정복된 것의 가치는 정복하기 위해 쏟아부은 시간으로 가늠되었다. 심지어 정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엄청나게 짧아진 오늘날에도 섹스는 여전히 여성적 자아의 신비가 숨어 있는 은빛 상자처럼 보인다. 따라서 그를 여자 사냥에 내모는 것은 관능의 욕구(관능은 말하자면 덤으로 따라오는 것이다)가 아니라 세계를 정복(지상에 머무르는 육체를 메스로 개봉하고자 하는)하려는 욕망이었다.--- p.230


많은 여자를 추구하는 남자는 2개의 범주로 쉽게 나뉘어진다. 한쪽은 모든 여자에게서 자신에게 고유한 꿈, 여자에 대한 자신의 주관적인 개념을 찾는다.

낭만적 집착. 여자 에게서 찾는 것은 그들 자신이며 그들의 이상이며 그들은 항상 끊임없이 실망하게 된다. 왜냐면 이상은 우리가 알다시피 결코 발견될수 없는 그 무엇이기 때문이다.

다른쪽은 객관적인 여성세계가 지닌 무한한 다양성을 수중에 넣고자 하는 욕망에 따라 움직인다. 바람둥이적 집착이며남자가 여자들에게 주관적 이상을 투사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것에 관심을 갖고 그 어느것에도 실망 할 수가 없다. 그리고 바로 이 실망하지 못하는 태도 그 자체는 뭔가 추태스러운 것을 포함하고 있다.
--- p. 230


마르크스주의를 가르치던 교수는 그녀와 그녀 동료들에게 사회주의 예술을 이렇게 설명했다: 소련 사회는 이미 너무 발전하여 근본적인 갈등은 선과 악 간의 갈등이 아니라 그저 좋은 것과 가장 좋은 것 간의 갈등이다. 따라서 똥(그러니까 본질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예를 들면 미국)에만 존재할 수 있으며 만 있는 세계에 마치 이물질처럼(예를 들면 간첩의 모습을 띄고) 외부로부터 침투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어느 때보다도 잔혹했던 이 시절, 공산주의 국가의 극장에 넘쳐 흐르던 소련 영화는 믿지 못할 정도의 천진성에 물들어 있었다. 두 소련 사람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심각한 갈등은 연인 간의 오해였다......이런 영화는 공산주의 이상을 그린 것이지만, 공산주의의 현실은 이보다 훨씬 암울했다.
--- pp.289-290


나는 무신론자에 가까운 집안에서 자랐지만 신의 창자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신성모독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신학적 예비 지식은 조금도 없었지만, 어린 나는 순간적으로 똥과 신은 양립할 수 없으며 또한 인간이 신의 모습을 따라서 창조되었다는, 기독교의 인류학적 근본 명제가 지닌 허약성을 이미 깨달았던 것이다. 둘 중에 하나이다. 인간이 신의 모습에 따라 창조되었고 그래서 신이 창자를 지녔거나, 아니면 신은 창자를 지니지 않았고 인간은 신을 닮지 않았거나,고대 그노시스파 사람들도 다섯 살적의 나처럼 이를 분명하게 느꼈다.

이 저주스런 문제를 단칼에 해결하기 위해 2세기 그노시스파의 대가 발랑탱은 예수는 라고 단언했다는 것이다. 똥은 악의 문제보다 더욱 골치 아픈 신학적 문제이다. 신인 인간에게 자유를 주었으며 따라서 인류의 범죄에 대해 책임이 없다는 점은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똥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인간을 창조한 신, 오직 신에게만 돌아간다.
--- p.281-282


그것은 하나의 암시였다. 베토벤의 마지막 4중주의 악장은 이 같은 두 동기로 작곡되었다. 그래야만 하는가? 그래야만 한다! 그래야만 한다! 이 단어의 의미가 분명하게 전달되게 하기 위해 베토벤은 마지막 악장 첫부분에 이렇게 써넣었다.
--- p.41 가벼움과 무거움 중에서


「이제 아마도 사비나와 프란츠를 갈라놓은 심연을 보다 잘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그는 그녀가 그녀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탐욕스럽게 귀담아 들었고, 그녀 역시 그의 말을 똑같은 탐욕을 갖고 들었다. 그들은 그들이 서로에게 했던 단어의 논리적 의미는 정확하게 이해했으나 이 단어 사이를 흘러가는 의미론적 강물의 속삭임은 듣지 못했던 것이다. 사비나가 그 앞에서 중절모를 썼을때, 프란츠는 마치 누군가가 미지의 언어로 그에게 말을 시키는 것같은 불편함을 느꼈다. 그는 이 행동이 음탕하거나 감상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은 단지 의미의 부재로 인해 그를 당황케 하는 난해한 것이었을 뿐이었다. 젊은 시절 삶의 악보는 첫 소절에 불과해서 사람들은 그것을 함께 작곡하고 모티프를 교환할 수도 있지만(토마스와 사비나가 중절모의 모티프를 서로 나눠가졌듯), 보다 원숙한 나이에 만난 사람들의 악보는 어느 정도 완료되어서 하나하나의 단어나 물건은 각자의 악보에서 다른 어떤 것을 의미하게 마련이다. 」
--- p.


「이제 아마도 사비나와 프란츠를 갈라놓은 심연을 보다 잘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그는 그녀가 그녀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탐욕스럽게 귀담아 들었고, 그녀 역시 그의 말을 똑같은 탐욕을 갖고 들었다. 그들은 그들이 서로에게 했던 단어의 논리적 의미는 정확하게 이해했으나 이 단어 사이를 흘러가는 의미론적 강물의 속삭임은 듣지 못했던 것이다. 사비나가 그 앞에서 중절모를 썼을때, 프란츠는 마치 누군가가 미지의 언어로 그에게 말을 시키는 것같은 불편함을 느꼈다. 그는 이 행동이 음탕하거나 감상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은 단지 의미의 부재로 인해 그를 당황케 하는 난해한 것이었을 뿐이었다. 젊은 시절 삶의 악보는 첫 소절에 불과해서 사람들은 그것을 함께 작곡하고 모티프를 교환할 수도 있지만(토마스와 사비나가 중절모의 모티프를 서로 나눠가졌듯), 보다 원숙한 나이에 만난 사람들의 악보는 어느 정도 완료되어서 하나하나의 단어나 물건은 각자의 악보에서 다른 어떤 것을 의미하게 마련이다. 」
---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