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이 뚝 끊긴 어느 집 장남....
그래서 그 어머니는 어디가서 말도 못 하고 매일 매일 속앓이를 하셨죠...
"이노므 새끼... 전화로 연락이라도 좀 주지"하시면서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그러던 어느 날,
밑에 동네에 사시던 할머니(그러니까 시어머니)가 집에 오셔서 안방에서 어머니랑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시다가 뜬금없이
"가는 죽었나?"
그 어머니도 며느리라서 별 대꾸도 못 했고
옆방에서 듣고 있던 그 아이는 어린 나이였지만 너무도 기가 차고 참 어이가 없었답니다.
그리고 얼마 후 그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 갔지만 그 말이 너무나 섭섭해서 아이의 눈에서는 눈물이 나오지가 않았다네요.....
아무리 인정을 못 받는 맏이이고 형이지만 할머니의 그때 그 말은 정말 너무나 싫었던가봅니다.
만약 그때 그 소년이 좀 더 머리가 굵었더라면 할머니한테 바락바락 대들었을테지만 그 때는 너무나 어려서 그러지를 못 해서
지금도 가끔 그 말이 생각이 나면 가슴에서 불이 난다고 합니다...
그리고 월드컵의 열기로 전국이 들썩이던 2002년에 그 아이의 어머니가 집 앞에서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얼마후 그 장남이 다시 집에 들어왔답니다...
어릴때부터 삼척에 있는 큰 집에서 학교를 다니는 바람에 아버지와의 소통이 부족했던건지는 모르겠지만
부자지간에 너무나 대화도 부족하고 서로간에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많았었답니다.
세월이 흘러 사십 아니 오십이 넘은 아들내미 밥상을 직접 차려서 문 앞에 갖다 놓고 밥 먹자고 불러도 문 꼭 닫고 나오지 않는 장남...
막내아들 아파트까지 팔아서 겨우 결혼시켰더니 한달정도 살고는 못 살겠다고 헤어지는 장남.
근데 그 막내아들 놈은 생각이 없는건지 머리가 단순한건진 모르겠지만
퇴근하고 집에 왔는데 형수님이 도련님...도련님....이러는게 너무 좋아서
밥 챙겨준다는 형수님의 수고로움을 덜어주려고 알아서 밥 챙겨 먹고 있는데 마침 거실로 들어온 아버지가....
"늬는 형수도 있는데 와 밥을 챙겨먹노" 하시는 말에 "그냥 내가 찾아가 먹으면 되지요 뭐..........."그랬다네요....
아무리 부모자식간이라도 떨어져있는게 오래 되다보면 그런 슬픈 마음의 틈이 생기는가 봅니다...
.
.
.
.
참고로 위의 이야기는 백산의 가족 이야기랍니다.
우리 형을 보니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역시 가족은 아무리 힘들어도 옆에서 같이 부딪히고 비비면서 살아가는게 최고인데.......
한달짜리 백수로 살던 잠깐의 그 어느 날......
막노동판에서 일 하시는 아버지를 대신해서 외양간에 있는 소똥도 치우고 이것저것 집안 일도 살폈는데
어느날인가 퇴근후 마신 술 한잔에 거하게 취하셔서는
처마밑 평상에 앉으셔서 내 복에는 며느리가 없는갑다하시며 넋두리를 하시길래 신경질이 확 나서
"아니 그믄 아부지는 내 각시 안 보고 돌아가실려고요??...야아~~~~?"
그렇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더니 아버지가
"뭐어~~ 늬 각시? 그래.....그래라도 말해주이 고맙다..."
결국 가타부타 말도 안 하고 어느 12월의 마지막 날에 저녁밥을 먹고나서
"아부지요...오늘 누구 오니데이"
"뭐?? 누가 오는데?"
"참 내,누구기는요...아부지 며느리시더"
"이 노므 새끼야 그라믄 미리 얘기라도 쫌 하지"
이러시고는 방에 가셔서 옷 갈아 입으시고 나오셔서 하시는 말씀
"거그 내 치부책(아부지 지갑) 좀 조봐라" 하시길래 냉큼 갖다 드렸었지요...
그렇게 지금의 윤주 엄마를 턱하니 데리고 왔더니
아부지는 기분이 좋아도 너무 좋아서 완전히 up되셔서는 그 다음날 새벽에 해돋이 보러 가서 누구냐고 물어보는 사람들한테
"누구기는...내 둘째 며느리제~~~ㅎㅎㅎ"이렇게 자랑 자랑을 하시더니 놀다 오라며 그 아끼는 치부책에서 금일봉도 떠억하니 주셨답니다...
결혼해도 모시고 같이 살겠다는 말에 좋으시면서도 싫은척하시며 반신반의하고 계시다가
어느 봄날에 마당에서 동네 사람들이랑 모판에 볍씨를 채우고 있는데 가구를 실은 트럭이 집 앞에 턱 서서 가구를 내리고는
"어르신요!! 이거 어디에 놓으면 되요?"라는 말에 아버지는 너무나 좋아하셨고
그걸 본 동네 어른들은
"아따야...범중이가 그래도 며느리 복은 우리 동네에서 최고네 최고!!!"라는 말을 듣고 더욱 더 행복해 하셨답니다.....
그리고 얼마후 아부지는 췌장암때문에 의사한테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으셨지만
1년후에도....2년후에도....병원에 검진을 받으러 가셔서 담당했던 의사를 깜짝 깜짝 놀래키시면서
보란듯이 한 4년을 더 즐기시다가 더는 힘드셨던지 결국 소풍길을 떠나셨죠............
아부지가 살아계실때 청도 소싸움을 보고 싶다고 그렇게 말씀하셨는데
그걸 못 해드려서 지금도 너무나 아쉽습니다.....
부모님이 살아계실때 손 꼭 잡고 같이 여행을 못 해봐서 너무나 한스럽습니다.....
있을때 잘해......라는 말이 너무나 실감나는 그런 날들이 가끔 있어서 답답한 마음에 오늘 그냥 끄적거려봅니다......
근데 왜 오늘따라 아부지 돌아가시기 몇일전의 일이 자꾸만 생각이 나는건지 모르겠네요...
갑자기 위독해져서 병원에 입원을 하시게 되고 몇일동안 돌보느라 고생한 마누라랑 교대를 했는데
새벽에 뭔가가 쿵!!하는 소리에 졸린 눈을 비벼가며 봤는데
아부지가 한쪽 벽에 기대어 계셔서 놀라서 얼른 달려갔더니 아부지가 힘 없는 목소리로
"이 노므 새끼.....부축 좀 해달라고 그키 불렀더만....."
그래서 그 새벽에 작아질대로 작아지고 앙상할대로 앙상해져서 너무나 약해져 마음이 슬펐던
아부지를 끌어안고 속으로 엄청 울었었던 그 밤..........
나는 과연 울 윤주한테 어떤 아부지로 기억될지 잘 모르겠네요...
지금까지 부모라는 울타리가 너무나 절절해지고 간절해진 어느 못난 아들놈의 넋두리였습니다........
'행복한 일상나들이 > 이런저런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존재감 ZERO 블로거의 2015년 다짐...... (0) | 2015.02.25 |
---|---|
새해인사 겸 생존신고합니다..... (0) | 2015.02.24 |
벌초대행...어쩌면 이것도 고향사랑이 아닐까요??? (0) | 2014.09.18 |
개코냐옹이님으로 시작하는 여름날의 첫번째 이야기.... (0) | 2014.08.14 |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아니 아버지는 죽어서 빚을 남긴다??? (0) | 2014.04.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