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의 꿈이 무럭무럭 자라는 신나는 놀이터인 높낮이 없는 책방 "평지책방"
울진읍내에는 두개의 서점이 있습니다.
비록 도시의 대형서점에 비하면 보잘것 없는 규모지만 나름 많은 책을 보유하고 있는 종*서적과
그리고 종*서적보다 규모가 훨씬 작아서 필요한 책이 있으면 주문하고 기다려야 하지만 그럼에도 제가 좋아하는 평지책방.
종*서적은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라면 평지책방은 단순하게 책을 파는 곳을 떠나서
오메가메 스쳐가는 사람들에게 편안한 휴식처 역할을 하는 곳이랍니다.
어제가 부부의 날이라고 하길래 간만에 세식구가 오붓하게 외식을 하고 집에 가는 길에 종*서적에 들러서
어떤 책이 나왔나 살펴보고는
몇권의 책을 휴대폰으로 찍어서 평지책방에 들어서자마자 사장님 앞에 쑥 내밀면서
"요책들 주문해주세요~~~"이랬다는....ㅎㅎ
참 별나죠?
지금 출판업계 전체에 불어닥친 불황때문에 오프라인의 서점은 물론이고 온라인 서점까지
부도로 문을 닫는 곳이 속출한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얼마전 신문에 행복한 소식이 있어서 너무 좋았었는데.....
여름에 기습적인 폭우로 지하에 위치해 있던 군산의 어느 서점이 침수되어서
종업원들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는데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몰려온 2,5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이젠 완벽하게 복구되었고 그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서 사장이 시민의 공간으로 개방을 했다고 하네요.
더 놀라웠던건 2,5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각계각층의 도움들이 쏟아졌는데
어느 날은 빵과 우유가 서점 입구에 쌓여있고,
어느 날은 인근다방에서 커피가 배달되어 오고,
어느 날은 밥과 반찬이 놓여 있는 아주 행복한 그림들이었다는.......
그리고 또 다른 즐거운 소식 하나는
서울 신촌시장에 위치한 오래된 홍익문고가 개발의 광풍에 휩싸여서 철거위기에 놓였었는데
그 소식을 들은 사람들의 반대 서명운동과 함께
다양한 루트를 통한 철수 철회 여론덕분에 다행히 철거가 취소되면서
시민들 품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접하고 참 기분이 좋았었답니다.
가끔씩 사장님이랑 평지책방을 요렇게 조렇게 한번 해보면 어떨까요?
이러면서 주제파악도 못 하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ㅎㅎ
평지책방.
책이 가득찬 공간이 아닌 사람들과 아이들이 가득찬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돈 냄새가 진동하는 곳이 아닌 책향기와 사람사는 냄새가 진동하는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진정 좋겠습니다.
이곳 사장님에게는 책값 외상 장부와 함께 또 한권의 장부가 있답니다.
바로 돈을 빌려간 아이들의 이름과 금액을 적어 놓은 장부.
단골고객의 아이들이 급히 돈 쓸 일이 있어서 책방 사장님한테 와서 돈을 빌려서 쓰면
얼마뒤에 부모가 와서 갚는답니다.
아무리 여기가 시골 마을이라지만 선뜻 그러기는 쉽지 않을것 같은데
어쩌면 그런 끈적끈적한 관계에서 사람사는 냄새가 더 진동하는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냄새가 그리워서 평지책방이 더 정겹게 다가오네요.
얼마전에 사장님이
"윤주 요녀석. 어린이집 마치고 여기 와서 책 읽으며 놀다 가면 좋을텐데......."하시길래 웃으면서
"조금만 더 크면 윤주도 이제 그렇게 될거에요"했었답니다.
저도 윤주가 이 책방을 놀이터삼아 마음껏 신나게 뛰어놀면서 책이랑 친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던지 아무나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
향긋한 원두커피도 바로 뽑아서 먹을 수 있답니다....
평지책방의 든든한 지킴이이자 골수매니아들입니다....
커피값은 마음대로.....양심에 빵꾸나는 행동하면 아이한테 부끄러워집니다.....
미래의 평지책방 골수매니아 윤주입니다.....
재미없는 글과 볼품없는 사진들을 읽고 보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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