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일상나들이/이런저런 이야기

블로그의 사회적 의무...

윤주빠 2010. 6. 17. 17:16

어제 저녁 충정로의 한 해산물 전문식당을 소문 듣고 찾았습니다. 인터넷의 많은 블로거들이 극찬을 하고 있다고 한 후배가 추천하더라고요. 6000원에 믿을 수 없는 양질의 해물뚝배기를 만날 수 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가격대비 만족도를 으뜸 가치 중 하나로 여기는 여행·맛집 담당 기자로서, 거부하기 힘든 의무감을 느끼게 되더군요.

결론부터 말하면 실망이었습니다. 주꾸미 한 마리, 가운뎃손가락 굵기의 새우 하나, 영양실조 걸린 것 같은 게 다리 하나를 제외하면, 홍합과 조개만의 복마전이더군요. 반찬은 달랑 김치·무말랭이·오징어채 세 가지. 가격도 7000원이었습니다. 취향에 따라 다를 수 있는 미각을 충분히 고려한다 해도, 독자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가격과 맛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면 왜 그렇게 좋은 소문이 난 걸까. 맛이라는 본질보다, 지엽적인 에피소드가 재밌더군요. 무료 담배를 서비스한다든가, '저기요, 이봐, 여기요'는 금칙어로 정하고 '금자씨' '영애씨'등의 종업원 실명제로 불러달라든가 하는 것 말이죠. 여기에 '조미료를 안 써서 2% 부족한 맛'이라는 문장까지 대문짝만하게 붙여놓았더라고요. 블로거들에게는 '우리 시대의 행동하는 양심' 류로 홍보되고 있었지만, 무미건조한 국물맛을 본 제 혀는 이 집주인의 양심과 미각을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함께 동행한 여행사 다니는 후배는 식사를 마친 뒤 한 발자국 더 나아갔습니다. 식당 주인과 블로거들의 유착이 의심스럽다는 거죠. 다른 식당의 경우, 주인장들이 블로거들에게 소정의 대가를 지불하고 글을 올리는 게 일상다반사라는 것이었습니다.

"에이, 설마"하며 말을 끊었지만, 머릿속에는 얼마 전 자료를 들고 신문사를 찾아왔던 한 호텔예약 대행사 직원이 떠올랐습니다. 파워블로거들과 '윈-윈'하는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었죠. 블로거들이 자신의 블로그에 호텔 리뷰를 올리고, 여행객들이 이를 통해 호텔 예약을 하면 일정 수수료를 주기로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수익을 올리기 위해 좋지 않은 호텔도 좋다고 글을 써 올리는 경우는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더니, 블로거들은 언론인이 아니지 않으냐고 되묻더군요. 법률적으로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 이미 여행뿐만 아니라 많은 분야에서 이런 '계약'이 비일비재하다면서 말이죠. 말문이 막혔습니다.

굳이 늑대와 양치기소년의 이솝우화를 빌리지 않더라도, 신뢰가 무너진 글을 두 번 찾을 독자는 없을 겁니다. 그런데 이조차도 순진한 믿음이라고 후배가 반박하더군요. 여러 아이디로 분신술을 쓰며 글을 올리는 블로거도 많다면서 말이죠. 차라리 이렇게 정리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습니다. 여행과 맛집에 대한 글을 쓰면서, 스스로에게 던지는 반면교사(反面敎師)의 교훈으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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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아침에 조선일보를 읽다보니까 위 기사가 올라와 있더군요.

또 꼴에 블로그운영한다고 관심있게 읽어봤답니다.ㅎ

음....... 글쎄 저는 정말 저런 블로거분들이 계시는지 안 계시는지 잘 모르겠지만

초심을 망각하고 살다보면 아마도 잘못을 저지르게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블러거들이 언론인은 아니니까 자기가 한 말에 대해서 책임을 질 필요는 없겠지요.

하지만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책임의식은 가져야하지 않을지.....

리영희 교수가 자신의 저서 대화에서 그러시더군요.

언론인이든 정치인이든 작가이든 어느 누구나 자기의 글과 말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하는데 그런게 없어서 안타깝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