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일상나들이/책향기

내 잠속에 비내리는데 - 이외수

윤주빠 2009. 3. 20. 14:38

내 잠 속에 비 내리는데

책소개

바보 같은 천재, 광인 같은 기인으로 불리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온 베스트셀러 소설가 이외수. 괴벽과 기행으로 유명한 그의 젊은 날은 과연 어떠했을까? 문학에 대한 열정 빼고는 가진 것 하나 없었던 그가 비상하기까지의 고난과 아픔, 그리고 범상치 않은 사랑 이야기를 담은 두 권의 산문집이 각각 1985년과 1998년에 첫 출간된 이후 독자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에 힘입어 새로운 모습으로 출간되었다.

첫 산문집 『내 잠 속에 비 내리는데』에는 교과서에 함몰되어 버린 대학교육에 염증을 느껴 자퇴한 후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아 괴롭힘으로써 날카로운 작가정신을 연마하던 습작 시절, 아직도 살아 있느냐는 친구들의 비웃음 섞인 인사를 받으며 매일 20원을 구걸해 번데기를 사먹던 젊은 예술가의 고뇌가 생생히 기록되어 있다. 비슷한 처지의 문청들과 밤새워 막걸리를 마시며 문학을 이야기하는 낭만이 살아 있던 시절, 배고픔이든 외로움이든 모두 작품 활동의 밑거름이 되리라 확신했던 그의 집념과 노력뿐만 아니라, 45킬로그램의 약골로 나무젓가락을 벽에 꽂을 만큼의 기(氣)가 꿈틀대던 이외수의 청춘을 엿볼 수 있다.

저자 소개

작가파일보기 작가의 추천저 : 이외수

李外秀 1946년 경남 함양군에서 태어나,춘천교대를 자퇴했다. 1972년<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견습 어린이들』로 1975년 <세대>에 중편『훈장』으로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시작한 글쓰기가 벌써 30년을 바라보고 있다.
타고난 상상력으로 아름다운 언어의 연금술을 펼치는 기행과 파격의 작가 이외수, 특유의 괴벽으로 바보 같은 천재, 광인 같은 기인으로 명명되며 자신만의 색깔이 뚜렷한 문학의 세계를 구축해 온 예술가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아름다움의 추구이며,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바로 예술의 힘임을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출간한 20년이 넘은 첫 장편소설『꿈꾸는 식물』에서부터 근작에 이르기까지 그의 모든 소설은 4~50만부가 넘는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 문단에서 드문 작가다. 또 작가에서 든든한 힘이 되어주는 마니아 독자층을 이끌며 현재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 감성마을에 칩거, 오늘도 원고지 고랑마다 감성의 씨앗을 파종하기 위해 불면의 밤을 지새고 있다.

저서에 창작집 『겨울나기』(1980)를 비롯해 장편소설 『꿈꾸는 식물』, 『들개』(1981), 『칼』(1982), 『벽오금학도』(1992), 『황금비늘』(1997), 『괴물』(2002) 등이 있으며, 산문집 『내 잠 속에 비 내리는데』(1985), 『말더듬이의 겨울수첩』(1986), 『감성사전』, 『그대에게 던지는 사랑의 그물』(1998) 등이 있다. 이 밖에 우화집 『사부님 싸부님』, 『외뿔』과 시집 『풀꽃 술잔 나비』, 『그리움도 화석이 된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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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인생의 빚
내 고향 내 친구들
도를 닦듯 굶으며
춘천의 봄, 춘천을 아는가
가을, 시, 숙이야
사랑을 배우는 사람들이여
말도 안 된다
바다엽신
기죽을 거 없다
젊은이여 방황하라
다시 배고프리라

점보빵과 화이트 크리스마스
한 다발의 시린 사랑 얘기
신혼여행을 세계 도처에
그 겨울 우리 마누라가 먹은 세 개의 참외
소묘 한 묶음
여행 일지
해바라기의 햐수
만나고 싶은 그 여자
연못가에서
꽃 가꾸기
맞기만 하는 권투선수

공상에의 권유
눈 오는 날에
방생
구조오작위
달라지는 우시장
하찮은 것들을 위하여
거미
미꾸라지
지렁이
먼지
콩나물

도라지
호박꽃
똥개들의 말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노니
대학생과 국화빵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하여
광대가
소녀들이여
겨울편지
누가 그를 사랑하나

책속으로

우리는 돈의 노예도 기계의 하수인도 아니다. 젊은이들이여, 이제는 방황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하자. 겨우 30년도 못 살고 인생을 꺾어먹은 처지에, 마치 인생을 달관해 버리는 듯한 얼굴로 자신을 위장하며 앉아 있는 일은 없기로 하자. 이기와 타산에 물들어 있으면서도 그 사실이 조금도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자기 합리화에 열을 올리는 속물도 되지 말기로 하자. 사랑을 상실한 이 시대. 전화기 앞에서 손가락 하나로 애인을 쉽게 불러낼 수 있는 편리한 시대. 그러나 새벽 그리움의 물살로 가득 찬 낱말들이 우리의 저 가슴속 깊숙이를 설레게 하던 연애편지는 사라져버린 시대. 진실을 모두 흘려버리고 껍질만 남은 시대 젊은이들이여. 우리는 이 시대를 방황하자. 흘려버린 우리를 찾아 방황하자. 방황 끝에 비로소 젊음은 확인된다.--- 본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