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혼자 아니면 둘이 들르서 소주 한잔하기에 좋은 포장마차가 딱 한군데 있답니다.
예전엔 큰 다리밑에 여러 개의 포장마차들이 있었었는데 환경미화와 범죄 예방이라는 미명아래
다 정리되고 홀로 남은 포장마차.
그래서 더 친근하고 포근해서 더 자주 들리는 지도 모르겠네요.
그 날도 쑝쑝이 아빠랑 포장마차에 갔는데 안쪽 테이블에 지나다니는 길에 자주 보는 젊은 친구 두명이
먼저 와서 술을 한잔하고 있길래 간단하게 눈인사하고 우리 자리에 앉습니다.
안주와 술을 시켜서 두런두런 얘기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좁은 시골동네이다보니 그만 먼저 온 젊은 친구들이랑 합석을 하고 말았네요.
생각해보면 요런 것도 술의 힘인가??
평소에는 그냥 얼굴만 아는 정도여서 별로 얘기도 안 나누는데 술이 한두잔 자꾸 들어가니 어디서 없던 용기도 팍팍 솟아나는건지........
결국 그렇게 합석해서 이런 저런 세상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차곡차곡 술병이 자꾸만 쌓여갑니다.
그렇게 한참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하며 얼굴이 불콰해진채로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떡집을 운영하고 있는 젊은 친구가 자꾸만 손을 가릴려고 애를 쓰길래 손을 덥석 잡으면서
"손이 부끄러워요?손가락 없는거 다 알고 있는데 왜 자꾸만 숨길려고하요?"이랬더니
그 젊은 친구가 물끄러미 보더니 가리고 있던 손을 슬그머니 풀더군요.
그래서 다시 손을 살며시 만지면서 어떡하다가 다쳤냐고 물어봤더니
젊은 시절 돈 좀 벌어보겠다고 이런저런 일 하다가 절단사고를 당했다고.........
그리고 잠시 후 그 친구가
"이제부터는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요 한마디 핑계삼아 또 술 시키고 안주시켜서 달려버렸네요.....에헤이~~~~~~
처음엔 따로 마시다가 나중에는 같이 앉아서 마시게 되는 곳.
딸랑 만원들고 가도 술과 안주를 먹을 수 있는 곳.
이것저것 덤이 막 생기는 곳.
상대방의 이야기에 울고 웃게 되는 정이 있는 곳.
그런 곳 포장마차가 우리 곁에 영원히 함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고보니 그 날 그 자리에 네명이 있었는데 한명은 손가락이 없고 한명은 머리카락이 없고
한명은 이빨이 없고 아마 한명은.....각시가 없었지 싶습니다..ㅋㅋㅋ
어쩌면 한두가지 없는 사람들이 찾는 곳이 포장마차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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