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은행원의 슬픈 고백..."나 이번 달이면 이 짓도 끝이다"
오늘 퇴근후에 그 동안 통화를 못 해서 근황이 몹시나 궁금했던 어느 은행에 다니는 좋아하는 형한테 전화를 해서
잘 지내시죠하면서 어쩌고 저쩌고 통화를 했는데
그 형님의 대답이 영 신통찮아서 혹시 뭔 일이 있어요하고 여쭤봤더니
"나 이번 달이면 이 짓도 끝이다"하시는데
내가 이십여년을 다녔던 그런 곳과는 비교도 안 되는 이 나라에서 제일 잘 나간다는 은행인데
결국 그 불명예스러운 퇴직이라는걸 하시게 된다는 말을 듣고 저녁 내내 마음이 참 불편하네요..
그 누구보다 서민들편이셨고 그렇게 너무나 서민적이여서 그렇게 되신건가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 시절...
일주일에 한 서너번은 술을 마셨습니다.
그럴때면 그 형님은 서민들에 대한 은행의 고압적이고 못마땅하고 부당한 행동때문에 윗사람들과 의견차이로 많이 부딪혔고
그때마다 별 안주 없어도 그런 이야기들만으로 시장마당에서 막걸리를 마시며 둘이서 흥분을 했던 그 시간.
모 은행의 사십대 후반인 중견 직원은 본인이 다니는 은행에서 희망퇴직을 받는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별도의 위로금도 준다는 말에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스스럼없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고 합니다.
현재의 은행들은 중간에 위치해 있는 중간 간부들 그러니까 부장이나 차장 그리고 팀장이나 지점장같은 직급은 많고
그 아래와 위에 있는 직원들이 적은 배 부른 항아리형 구조로 되어 있는데
그 기이하고 비생산적인 구조 때문에 밑에 있는 직원들은 위에 있는 직원들의 빈자리가 생기기만을 바라는 참 희안한 형태로 되어 있다는거 아시나요?
하지만 은행측의 경영 건전화라는 잔인한 미명하에 이뤄지는 구조조정과 명예퇴직으로 차가운 세상에 내동댕이쳐진
어쩌면 이 직장이 본인의 평생 일터라고 생각해서 열심히 일했을 가장들의 아프고 쓰린 마음이 과연 그 얼마정도의 위로금으로 다 채워질까요?
물론 우리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그 명예퇴직금의 액수가 억소리가 나니 그 정도면 배 부른 소리가 아닌가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은행에서 나온 그 사람들은 아무것도 할줄 모르는 존재감과 자신감을 상실한 불명확하고 무기력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거는 아시나요??
인터넷으로 뒤져보니 작년 한해 국내 은행의 순이익은 11조 2,000억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일반 서민들은 상상할수도 없는 금액인 11조 2,000억..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원을 정리하는 그 은행들은 왜 그렇게 처절한 몸부림을 칠까요?
인터넷 은행이라는걸 들어 보셨을겁니다.
그 인터넷 은행은 기존의 은행들이 가지고 있는 지점이라는게 없답니다.
그리고 인터넷과 ATM기나 콜센터 직원만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인데 일반 은행처럼 예금 업무와 대출 그리고 신용카드 사업까지 할 수 있어서
지금 시중은행들은 그들의 등장에 초긴장 상태에 빠져서 인원감축과 명예퇴직을 통해
창구에 앉아 있는 어쩌면 경영진측의 판단에서 보여지는 비능률적이고 비생산적인 인원을 줄이는 대신 그 자리에 정보기술인력을 확충해서
디지털 금융시대라는 흐름에 대비하는게 현명한 일이겠지만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해서 일했을.......한때는 화이트 칼라라고 불리며 부러움을 받았지만 알고보면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갔을
그 금융인들의 모습이 내 관점에서는 너무나 불쌍해보이고 딱해보입니다.
지금 은행에 다니고 있는 행원들의 마음은 무조건 충성을 보였던 예전 세대와 달라서 세월이 흐르면 자동으로 올라가는 그 직급에 대한 매력없이
해마다 똑같이 하게 되는 단순 업무도 싫고 불투명한 미래의 본인 모습은 더더욱 싫어서 그렇게 맹목적인 충성심이 없어지고 있는데
인터넷 뱅킹이나 모바일 뱅킹같은 비대면거래가 주류가 되고 있는 지금의 금융 환경속에서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야하고
어떻게하면 회사의 자산이자 미래인 직원들의 동기 부여를 시킬건지 냉정하게 고민해야하는게 지금의 금융기관들이 할 일이 아닐까하고 생각해봅니다.
근데 문득 그리고 자꾸만....
어쩐 일인진 모르겠지만.....
예전의 직장에 다닐때 신나서 놀러 왔던 윤주의 이 모습이 그리고 그 때의 추억이 떠오릅니다..
왜 자꾸만 같이 일했던 여직원들이 보고 싶어지는지 참 모르겠습니다..
왜......그럴까????....
왜....그럴까......윤주야......
아빠 마음이 왜 이럴까 윤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