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함매들의 사랑방 그리고 엄니가 생각나는 어린 시절의 방앗간.....
지금은 자동차라는 편리한 문명덕분에 시내버스를 잘 안 타게 되지만 예전에는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시골 마을들을 돌아다니는 버스를 즐겨 탔었답니다.
오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시골 버스안에서는 참 재미있는 풍경들이 펼쳐지죠.
어떤 함매가 양손에 바리바리 짐을 들고 끙끙거리며 버스를 타면 얼굴을 알고 있는 다른 함매들이
비어 있는 자리에 냅다 짐을 던져 놓으시고는
"여~~ 앉게"이러시며 자리를 잡으시는 바람에 빈 자리를 보고 앉을려던 학생들이 순간 멈칫하는 모습을 보시고는
"야야~~~ 고마 여 앉으라"하시던데
차마 그 자리에 앉지 못 하는 학생들의 난처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골 마을버스속에서 만나는 풍경들이랍니다.
그렇게 나란히 앉아서 가시며 함매들의 수다는 시작이 된답니다.
어느 집 자식이 어떻게 되었고 어떤 집구석은 신랑이라는게 술 퍼먹고 집에 들어와서 마누라랑 싸워서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는
이러쿵 저러쿵...잡다한 이야기로 시작된 도저히 끝날것 같지 않던 함매들의 이야기는 장마당에 버스가 도착하고나서
"이제 다 왔니데이"라는 버스기사의 말에 그 궁금했던 대화가 끝나지만
장마당으로 가며 다시 이어지는 끝나지 않을 함매들만의 네버앤딩.....ㅎㅎ
해마다 철이 되면 시골의 함매들은 자식들 먹일 생각에 애써 농사 지은 물건들을 바리바리 챙겨와서 오일장에서 팔고 남은 돈을 꼭꼭 챙기신답니다.
정작 당신은 집에서 싸온 차갑게 식은 밥을 김치랑 같이 드실수도 있고 가까운 식당에 시킨 국수나 어설픈 비빔밥을 드시기도 하시지만
그렇게 아끼고 아껴서 꼬깃꼬깃 꾸겨 고쟁이에 챙긴 돈은 손주놈들 용돈으로 줄것이니 그게 어쩌면 시골 함매들의 기쁨이자 능력이고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겠지요.
그 정겨운 방앗간에 가끔 재미있기도 하고 조금은 살벌한?? 실랑이가 벌어진답니다.ㅎㅎ
떡 본김에 제사지낸다고 시골장에 온 김에 숙제처럼 여겨졌던 고추도 빻고 이것저것 준비할겸 가지고 온 물건을 방앗간에 두고는
함매들이 "장보고 오니데이"하시며 쿨하게 가시면 방앗간 주인분들은 "얼른 갔다오소"이러며 못 믿을 거래가 이뤄지는데
잠시후 장을 보고 돌아오신 어느 함매는 "내가 고추를 그마이나 맽겼는데 와 이거밖에 안 나왔는교?"하면
또 방앗간 할배는 역정을 내시며 다투시는데 그 모습마저도 정겹게 다가오는건 왜 일까요??
비록 기계는 낡고 오래되어서 덜덜덜거리지만 그 소리에서 세월을 느낄 수 있어서 더 좋습니다.
판매용으로 준비해 놓으신 고추가루..
그리고 두 노부부의 유일한 휴식처인 이런 공간.....참 정겹습니다...
중학교때였지요..
학교 가기전 어느 날.
"야야 돼지야"
"와?"
"이따가 학교 수업끝나면 방앗간 뒷문으로 퍼뜩 온나"
그래서 수업이 끝나자마자 학교 옆에 있던 방앗간 뒷문으로 친구놈들이랑 뛰어가면
금방 기계에서 뽑은 하이얀 김이 폴폴 나는 가래떡을 주셨던 엄니..
그 맛은 정말이지 최고의 맛이였었죠.
가끔 엄니가 주시던 가래떡의 그리운 맛때문에 눈물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