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울 아부지의 선견지명이었을까?
이것도 울 아부지의 선견지명이었을까?
생전에 아부지가 "돼지야"(돼지는 집안의 제일 막내여서 이쁘다고 불렀던 별명이랍니다)하고 부르셔서
"만데요?"이러고 갔더니 그래도 내가 죽기 전에 저 이매제 논을 미리 늬 앞으로 해줄테니까
암말말고 꼭 꼭 가지고 있다보면 언젠가는 잘 써먹을때가 있을끼다 하시면서
당장 오남매를 당신 앞에 불러 앉혀놓으시고는 저 이매제 땅은 이제부터 장 돼지 땅이니까 암말말고
도장찍으라고 하셔서 결국 오남매는 찍소리 못 하고 인감도장을 찍었고 그렇게 900평정도의 묵답이 제게로 오게 되었고
평소에 아부지가 당부하셔서 어느 동네 할배가 팔라는 말씀도 무시하고 여즉까지 가지고 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에 누군가가 집 문을 두드리길래 나가봤더니 태백에서 양봉업을 하는 분이 추운 태백의 겨울때문에
자꾸만 벌들이 죽어서 장소를 물색하던 중에 아부지가 물려준 저 이매제 논이 눈에 들어왔지만
땅 주인을 만나지 못 해서 고생하다가 마침 집에서 쉬고 있는 나를 만났고 봉장(벌 치는 작업장)은
자기네들이 알아서 한다는 말에 나도 크게 손해를 볼게 없어 알아서 하라고 했더니 저렇게 작업을 했네요
물론 잡목도 없어지고 진입로도 만들어줘서 좋았는데 오늘 갑자기 아버지가 생각나면서 너무나 죄송하고 너무나 슬퍼집니다...
윤주만한 나이였던 일곱 여덟살 무렵이었죠.....
내가 그렇게 이뻐라했고 같이 놀던 친구여서 일부러 풀어 놓고 신나게 뛰어놀았던 황둥이 송아지..
그 황둥이를 파신다고 목 줄을 잡고 마을아래 동구밖길을 나가시는 아부지를 보며 펑펑 울면서 원망을 했었는데
그렇게 내가 좋아했고 친구였던 이쁜 황둥이 송아지를 팔려고 고삐를 끌고 나가셨던 아부지는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삼일이 지나도 집에 안 오셨다죠..
엄니는 이미 다 알고 계셨다는듯 마을 아래 모퉁이길을 보시며
"이노므 종자구. 오내마 집 구석에 들어오기만해봐라"
이러시며 말씀은 하셨지만 혹시나하는 기대와 역시나하는 체념의 한숨을 쉬시면서 그렇게 마음을 졸이셨답니다.
그리고 얼마후에 초췌하신 모습으로 집에 돌아오신 아부지......
우시장 주변에 깔려 있는 사기도박꾼들한테 속으셔서 결국 황둥이 판 돈을 다 잃으셨다고 이실직고를 하시게 되고
엄니의 분노의 역풍에 아무 말도 못 하시고 며칠을 혼나셨다죠....
근데 오늘 문득 엄니와 아부지의 그 아옹다옹하시는 모습이 너무나 보고 싶어서 눈물이 납니다...
윤주한테 우는 모습을 안 보일려고 애 먹었네요.....
정말 두분이 너무나 보고 싶어서 눈물 콧물이 줄줄 흐릅니다......
오랫만에 이런 기분 정말 서럽고 서럽네요....
나를 든든히 지켜주시던 두분의 울타리가 너무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