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메기를 맛있게 먹을려면 역시 혼자보다는 어울려서 먹는게 맛있는것 같다는....
쌀쌀한 겨울에 풍미를 더하는 과메기..
해초가 많아서 겨울철에 청어떼가 몰려와 산란을 하는 장소였다는 포항 영일만.
그래서 그랬는지 그물만 던지면 한가득 끌려 올라오는 중요한 식량이었던 청어...
한 철에만 잡히는 청어를 두고두고 먹을 수 있도록 보관하는 방법이 문제였는데
누군가가 부엌 살창(통풍이 되는 작은 창)에 청어를 걸어 놓았는데 마침 거기가 부엌의 연기가 빠져 나가는 곳이여서
훈제 효과가 생겨 고기가 쉽게 상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뒤로 사람들은 모두 부엌 살창에 청어 몇 두름(1두름은 20마리)쯤은 걸어 놓고 겨울을 나기 시작하였는데
이렇게 매달아놓은 청어들이 차가운 겨울바람에 얼었다가, 다시 밥 짓느라 따뜻해진 연기를 쐬며 녹았다가를 반복하면서 반(半)건조되었고
그걸 먹어 보니 꼬들꼬들하게 씹히는 맛이 아주 그만이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해서 ‘냉훈법(冷燻法)’이라는 천연의 동결건조방법을 터득한 영일만 사람들은 이 방법을 더 발전시켜
낮에는 해가 쨍쨍 내리쬐고 밤에는 차가운 바닷바람이 부는 구룡포 바닷가에 청어를 매달아두게 되었고
많은 청어를 한 번에 매달기 위해 긴 나뭇가지에 청어의 양 눈을 뚫어 줄줄이 꿰었는데
처음에는 이를 ‘관목어(貫目魚:눈을 꿰뚫은 물고기)’라고 부르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지금 우리가 아는 ‘과메기’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답니다.
그러던 1960년대 이후 영일만 일대에서 청어의 어획량이 급격히 줄어들어 대신 많이 잡히는 꽁치로 과메기를 만들었는데 맛이 청어에 뒤지지 않아
요즘 과메기는 꽁치로 만드는데, 한 마리를 통째로 말린 ‘통마리’와 내장과 뼈를 발라내고 말린 ‘배지기’ 등 두 가지 종류가 있답니다.
과메기는 고기 한 점에 마늘, 쪽파 등을 얹어 미역줄기로 돌돌 감은 뒤에 초장에 찍어 먹어야 비린내도 덜 나고 맛깔스럽지만
산지인 구룡포에서는 과메기 특유의 고소한 맛을 즐기기 위해 말린 것 그대로 손으로 죽죽 찢어 김치에 싸서 먹는걸 좋아한답니다.
포항에서 살던 젊은 시절에 술집에 들어가서 "아지매.....과메기 주소"이러면
두릅에 엮인 과메기랑 가위를 턱!!!하고 주면 가위로 꽁치를 장만해서 먹었던 그 시절의 그 맛이 너무나 좋았답니다.
먹는 모습이 조금은 혐오스럽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맛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너무나 좋아했던 그 맛..
그 맛을 잊지못해서 지난 주말에 포항 처가집에 간김에 과메기 통두릅을 사와서 예전의 그 맛과 멋을 즐겼던 어느 저녁이었네요....
가위로 꽁치의 등과 배를 자르면 요렇게 맛있는 속살을 보여주는 과메기..
좀 협오스럽게 보일진 모르겠지만 그 맛은 최고랍니다.....
그나저나 이 맛있는 과메기를 혼자 먹으니 영 맛도 없고 흥도 없고 즐거움도 없네요.......우이쒸.......ㅎ
요렇게 김치에 돌돌 말아서 먹으면 정말 맛있는 과메기인데 맛이 없는걸 보면
아마도 백산이 사람그리움병이 심한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