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앞에서 말조심이 참 중요함을 깨달은 어느 하루 이야기.......
얼마전,
윤주와 함께 오랫만에 처가집에 가서 도착하자마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술을 마신 그 다음날 아침.
암만봐도 참 질투나는 윤주 폐인 장인이 윤주 신발 사준다고 이마트에 가자고 하셨지만
워낙에 그런 곳을 싫어하는 백산은 결국 안 가고 장인이랑 윤주랑 마눌이랑 처남놈만
지갑 속 돈을 쏙쏙 빼먹는걸 좋아하는 귀신이 산다는 이마트에 간 사이에
거실에 누워서 그냥 뒹굴뒹굴하고 있었는데......
잠시후 아랫층에서 흥분으로 들뜬 윤주의 깨알 같은 목소리가 들려서 이제 왔구나하고 생각하며 기다리고 있는데
먼저 2층에 올라온 처남놈이
"매형,오늘 윤주는 완전 신났고 아부지는 지갑 다 털렸니더....ㅎㅎ"
대체 이게 뭔 소리래???
윤주가 할아버지한테 이것저것 사달라고 마구잡이로 또 떼 쓴건가??
그리고 잠시후 기분 좋게 2층으로 룰루랄라 올라온 윤주........
신발이며 장난감등등 양쪽 손에 한껏 들고 온걸보고는
"윤주,이거 또 할아버지한테 사달라고 떼쓴거 아니지?"
"..........."
"근데 윤주야! 마트같은데 가서 윤주가 사고 싶다고 다 사고 마음에 든다고 다 사고 그러면 안 되는건데......"
"..............."
"내가 필요한것만 사고하는거지 이렇게 마음에 든다고 윤주가 다 사고 그러면 앞으로 마트는 자주 가면 안되겠는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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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윤주의 반응이 조용해도 조용해도 너무나 조용해서 쓱 쳐다봤더니 윤주가 그 작은 눈으로 저를 흘기면서 노려보고 있네요...
그리고 잠시 후 마눌 왈,
"그런거 아니거덩...윤주는 장난감 하나만 집었고 나머지는 아빠(장인)가 다 사준건데 윤주한테 왜 그래?"
순간 윤주한테 너무나 미안해지고 민망해져서 얼른 윤주한테
"미안해 윤주야.아빠가 그런줄도 모르고 잘못 말했네"
그래도 눈에 힘을 안 빼고 있는 윤주.
아....정말이지 뭐라 할 말이 없더군요.....
마트에 가도 그렇게 떼 쓰고 징징거리는 편은 아닌데 그냥 혼자만의 생각과 판단으로
윤주를 떼 쓰고 징징거리는 아이로 생각한 제가 아직은 덜 완성된 미생인가 봅니다.......
윤주야 미안하다....
앞으로는 조심할꺼니까 제발 눈에 힘 팍 주고 그렇게 노려보지는 말아줘......
아이 앞에서도 말 조심은 해야겠다는걸 제대로 배운 어느 하루였답니다.....ㅋㅋ
(위의 사진들은 윤주가 처음으로 공연한 월월이청청이라는 포항지역의 전통놀이 모습이랍니다.강강수월래와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고유의 놀이인데
윤주가 뽑히는 바람에 찍어온 모습들이에요....이날 윤주가 카메라 플레쉬 세례 엄청 받았다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