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아니 아버지는 죽어서 빚을 남긴다???
우리 사무실과 오랜기간 거래를 해오신 할아버지가 계셨답니다.
그런데 그렇게 건강하셨던 분이 풍이 와서 걸음도 불편하시고 말씀하시는것도 어려워지시더군요.
그래서 가끔씩 전화를 하셔서
장과장!! 내가 지금 집에 있는데 아무래도 거기까지 못 갈것 같으니 와서 돈 좀 받아가라고 하시지를 않나
우체국에 있다면서 돈 받아가라고 하셔서 돈 받으러 갔는데 금액을 확인하고 주머니에 쑥 넣었더니
옆에 계시던 어느 분이 왜 입금증을 안 받냐고해서 확 째려봤다는........쩝.....
내가 도둑놈 아니면 사기꾼으로 보였는건지......
그리고 얼마전에 할머니 한분과 젊은 부부가 흥분한 모습으로 사무실을 방문하시길래 대체 무슨 사연일까했는데
그 할아버지의 아내와 아들 내외였고 자기들 모르게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낸 사실을 알게 되어서
너무나 황당했었다는 말에 여차저차해서 그렇게 쓰신거라고 설명을 드리고 일단 돌아가는걸로 마무리 되었답니다.
그 아들 내외분들을 보내고 조용히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생각해보니
과연 그 아버지가 혼자서 잘 먹고 잘 살려고 대출금을 썼을까??
물론 그랬을수도 있겠지만
어찌보면 참 버겁고도 무거운 가장이라는 굴레내지는 완장때문에 본의아니게 대출을 신청했을수도 있고
매월 들어오는 봉급으로 그렇게 빠듯하게 자식들을 키웠을텐데
그 아버지가 대출을 썼다고 그렇게 흥분하는데에는 어쩌면 빚을 물려받기 싫은 마음이 더 크서 그런건 아닐까하고 생각해봤습니다.
정녕 대출을 물려받기 싫으면 상속포기를 하던지 아니면 한정상속을 하면 될 일인데....
어머니의 젖가슴은 온전히 자식들한테 내어주느라 쪼글쪼글해지고,
아버지의 어깨는 세월과 가장의 무게에 눌려서 자꾸만 쪼그라드는건데..........
호랑이가 죽어서 가죽을 남기는진 모르겠지만
아버지로 죽어서 자식들한테 빚을 남기는 일은 없어야 좋은 아버지인가 봅니다.
나도 윤주한테 빚을 남기는 무책임한 아버지는 되지 말아야겠네요..
이 이야기도 한참 지난 이야기인데 어떻게 올릴까하고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이제사 올립니다.
아버지의 빚이 어쩌면 한때는 가정의 빛이었을 때도 있었지 않았을까 합니다...
내가 평소에 생각하는게 남들한테 보이는 내 모습은 크게 신경 안 쓰지만 윤주한테는 뭐던지 좋은걸 사 주고 싶어서
지금 신고 다니는 구두도 배가 고픈건지 자꾸만 밑바닥을 쩍쩍 벌리려고 하지만 무시하고 계속 신고 다닙니다.
그런데 얼마전에 올린 굄돌님의 글을 보니 자꾸만 생각에 빠지게 되네요.....
아이들에게 모든걸 쏟아붓느라 정작 자신은 돌보지 않는게 좋은건지
아니면 어느 정도의 선을 그어 놓고 아이들한테 해 주는게 좋은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