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할머니..
세금 할머니..
언제부터인가 한달에 한번씩 세금을 내러 오시는 할머님이 계셨답니다.
그래서 내가 붙여준 할머니 애칭이 바로 세금 할머니......라죠.
물론 세금이라고 해봐야 몇천원 밖에 안 되는 작은 금액이지만 마치 잃어버리면 큰 일이라도 나는듯
세금고지서와 돈을 종이에 꼭 꼭 싸서 유모차에 의지해서 오시는 꼬부랑 할머니.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억지로 사무실까지 오셔서 입구 계단에 앉아 계시면
내가 쪼르르 달려가서 가지고 오신 세금을 내드리고 영수증을 챙겨드리면
그제서야 할 일을 다 했다는듯이 환하게 웃으시면서 유모차를 끌고 집으로 돌아가신답니다.
최근에는 그나마 기력이 남아 있던 다리가 힘이 더 없어진건지
두어번은 택시를 타고 오셔서 세금을 내고 가시는걸 보고 마음속으로
"이렇게 연세 많으신 분들은 이제 그만 세금을 안 내셔도 안 되나?"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나라에서 하는 일이니 뭐........
깡마른 작은 체구에 허리는 90도로 휘어지시고 손은 고목처럼 마르고 거칠어져서
한달에 한번 세금 내러 오는 일이 큰 일이 되어버린 그 할머니.
"매번 이래해줘가 고맙니더~~~~"이러시면서 검버섯 핀 깡마른 얼굴에 함박웃음을 보여 주시던 귀여운 할머니.
그런데 두어달전부터 그 세금 할머니가 세금을 내러 오시지를 않습니다.
이제 세금 납부가 면제되신건가?
아니면 어디 편찮으셔서 누워 계신가?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그예 이쁜 소풍길을.....????
그 할머니 연세나 건강상태로 미뤄 생각컨대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휑해집니다.
다시 뵐 수 있다면 너무나 반갑고 기쁘겠지만 세월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어서 마른 침만 삼키게 되네요....
(이 사진은 세금할머니 모습을 못 담아서 빌려온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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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문득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계시던 그 할머니의 작고 앙상한 등과 어깨가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