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자식간 그리고 부부간에 필요한건 바로 의리인가 봅니다.
지금 다니고 있는 이 사무실에 들어온지도 올해로 벌써 16년째입니다.
시장을 끼고 있는 위치의 특성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 수많은 모습들을 봅니다.
사채에 시달려서 일가족이 바다에 뛰어들어서 하늘나라로 간 아픈 이야기도 있었고,
바람나서 가출한 어느 아줌마의 일도 있었고,
남편 잃고 혼자 사시던 아주머니를 보이스피싱 사기에서 구해 줬던 일도 있었고,
하여튼 이런저런 군상들이 모여서 사는 왁자지껄 난리법석인 시골장터의 풍경들.
그중에 우리 사무실과 수십년간을 거래해오던 부부가 있었답니다.
두 부부가 세탁소일을 하면서 하루하루 성실하고 재미있게 살아오시던 부부였고
어느 부부나 그렇듯이 티격태격하며 하루하루를 보내시던 분들인데
그동안 쌓인 감정이 폭발하면서 결국 이혼장에 도장을 찍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네요.
얼마전 아줌마가 유방암에 걸렸을때도 손 꼭 잡고 씩씩하게 잘 이겨내던 부부였는데...
처음 그 얘기를 들었을땐 설마설마했습니다.
아직 장가 안 보낸 막둥이도 있는데 설마 헤어지기야하겠나하고 반신반의했었고
일이 잘 해결될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결국은 40여년의 결혼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아줌마는 예금을 다 해지해서 서울로 올라가버렸답니다.
훗날 다시 재결합할수도 있겠지만 지금 상태로서는 두분사이에 앙금이 너무 깊어서 힘들지 싶네요.
그분들을 보면서 잠시 부부간의 의리 그리고 부모와 자식간의 의리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봅니다.
거창하게 의리라고까지 할건 없지만 서로를 믿어주는 그 의리만 지켜도
부부사이나 가족사이가 더 탄탄해지지 않을까하네요.
물론 이런 말을 하고 있는 나는 아직 결혼한지 십년도 안 되었고
살아온 인생도 얼마안되는 젊은 놈이어서 부부간의 의리가 어떻고 저떻고하며 말하는 자체가 웃기는 일이지만
그냥 잠깐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오늘은 마눌한테 신경질 안 내고 장미꽃이라도 한송이 건네줘야겠습니다.
속으로 이 인간이 오늘 왜이라노....하더라도......ㅎㅎ
그리고 윤주야~~~아빠가 의리 꼭 지킬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