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촌놈의 시골 부모님집 이야기
어느 촌놈의 시골 부모님집 이야기....
2남 3녀의 자식들이 부모님과 정겹게 살던 어느 시골집....
세월이 흘러 흘러 월드컵의 열기로 전국이 뜨거웠던 2002년 9월에
평생 고생만 하시던 어머니는 집 앞 도로가에서 어설픈 초보운전자의 차에 받혀서 돌아가시게 되고
4년뒤인 2006년에는 세상에서 가장 든든하고 무서우면서도 인자하셨던 아버지마저 췌장암으로 돌아가시게 됩니다.
결국 아버지와 같이 살던 막내부부는 대한민국의 가장 한심하고 악한 "맏이제일주의"에 밀려서
쫓겨나듯이 나오게 되고 말죠.
그후로 홀몸에 변변한 직장이 없던 맏이는 집을 비워 놓은채 서울로 떠나게 되고
결국 시골집은 몇년동안 인적이 끊기고 사람 온기가 없어서 냉기만 감도는 빈집이 되었답니다.
집을 비워 놓으니 보일러가 얼어버리고 스레트가 자꾸만 무너집니다.
우체통에는 받는 이 없는 수취인 부재의 우편물만 하릴없이 쌓여가고
잡초들이 제 세상을 만난듯 여기저기서 활개를 칩니다.
자꾸만 허물어져가고 밤이 되면 존재조차도 모를 정도로 암흑에 묻힌 집을 볼때마다
막내아들은 가슴으로 울 수 밖에 없었답니다.
언젠가는 기어이 다시 들어가서 살리라는 기대와 희망을 안고 지내고 있었는데
2013년 1월에 장남이 제설작업을 나갔다가 높은 데서 떨어져서 다쳤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사고수습을 하기 위해서 부랴부랴 친척들이 모여서 병원도 수소문하고
회사측 관계자들을 만나서 자초지종을 듣고 산재처리하는걸로 결론이 나게 되고
그렇게 장남은 이 병원 저 병원으로 옮겨다니면서 병원신세를 지게 되고
죄 많은 둘째 매형과 동생놈은 한달에 칠십만원하는 간병비 대느라 허리가 휘청입니다.
더 이상 집도 저렇게 방치할 수 없거니와 본인이 한사코 그 망할 서울이 좋다고했는지
어느 날 둘째 매형이 전화를 하셔서는
"집 니가 살래?"
"얼마에요?"
기분이 좋아서 입이 슬슬 귀쪽으로 옮겨 붙습니다..
"니가 산다면 삼천오백에 해주께"
"정말이죠???"
이건 뭐 더 재고 말고 할 것도 없이 바로 콜 해버립니다.....
주말이면 시골 집에 들어가서 이것 저것 정리도 하고 새 물건도 들이고 수리도 할 생각을 하니
너무 기분 좋고 다시 신혼으로 돌아간것 같은 막내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