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일상나들이/이런저런 이야기

내리사랑..어디까지가 의무이고 책임일까요??

윤주빠 2010. 4. 12. 14:24

 

(저희 사무실 입구에 있는 화단인데 시장에서 채소파는 할머니가

쪽파를 심어서 파신다고 좀 빌려달라고 해서 빌려드린 땅이에요..물론 공짜로....)

저희 주고객분들은 시장에서 장사하시는 분들이나

노점에서 맨땅바닥에 앉으셔서 물건파시는 할머님들이지요.

직접 뜯어온 나물이며 각종 채소들을 바리바리 보따리에 싸서 새벽같이 갖고 나오셔서

장바닥에 펴 놓고 팔아 번 돈을 저희 여직원이 일일수금하러 나가면

어떤 날은 천원,어떤 날은 오천원,잘 팔린 날은 만원을 꼬박꼬박 입금하셔서

정기적금을 넣고 1년 정도가 되면 정기예금으로 묶어 놓고 또 적금넣으시면서

그렇게 열심히 세상을 살아가는 분들이십니다.

여름에는 그래도 장사하기에 괜찮습니다....

까짓거 좀 더운거야 어떻게 참을만들 하시니까요...

하지만 겨울......

그 꺼칠꺼칠하고 투박한 손으로 찬물에 손이 젖어서 벌겋게 얼어도....

비록 점심이 차디찬 밥 한그릇에 김치뿐이지만 갖고 나온 물건이 잘 팔린 날은

기분이 좋아서 옆에 같이 파시는 분들이랑 소주한잔 걸치고

구성진 노래 한곡 부르면 세상에 부러울 게 없으신 분들.....

세금이나 대출이자가 밀리거나 연체되면 큰 잘못으로 생각하시는 분들..

그리고 예금해 놓은 돈을 찾아가실때는 저희한테 또 얼마나

미안해하시는지 저희가 다 무안할 정도입니다...

물론 고액예금자들도 많이 있습니다...

사업 규모도 꽤 크고 번듯한 자가용 굴리면서 어디 은행이나 큰 금융기관 들어가면

지점장이 맨발로 뛰어나와서 인사하는 그런......

한번에 몇억씩 자금이 왔다갔다하시는 분들......

하지만 제가 봤을때는 정말 소중하고 눈물나는 돈은

바로 시장 길바닥에 앉아서 하루 천원 이천원팔아서 번 돈이...

그런 물에 젖은 그 돈이 더 소중하고 값진 돈인것 같습니다.....

몇일전이었어요....

저희랑 오래 예금거래를 하시는 노점 함매와 시장에서 국수며 순대를 파는

아지매가 있어요.....

갑자기 사무실문이 벌컥 열리면서 아지매가 함매 손을 꼭 붙잡고

식식대시면서 창구에 들어오셔서는

“야들아, 이 함매 좀 봐라.이래 많은 돈을 남한테 맡겨 놓은걸 내가 이다가 저금하 자고 우기가 델꼬 왔다.”

그래서 통장을 보니 세상에나 그렇게 손 부르트면서 번 돈 약 일억육천만원정도를

믿고 맡길 데가 없어서 아는 사람이름을 빌려서 맡겨 놓으셨더군요.....

그때부터 직원들의 함매에 대한 잔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합니다.

직원 “함매,남을 뭘 믿고 이렇게 많은 돈을 맡게놨는고?

                                                  이카다가 그 사람이 내돈이라고 우 겨도 함매는 할 말 없네.그냥 다 뺏긴다고오..”

함매는 잘 모르시니 그냥 옆에 가만히 계시기만하고

그로부터 몇분동안

아지매랑 저희 직원들의 함매에 대한 잔소리가 이어지고 나서야

예금을 하시고 편한 마음으로 돌아가셨어요.

그리고 일주일후 다시 예의 그 아지매가 식식대면서 또 오셨네요...

“그 빙시같은 어마이가 아들내미 집 사는데 보태줄라꼬 다 찾아달란다.

내도 이제 몰따..그래 주끼도 안되는거로 우이노”

제가 알기로는 그 함매한테 아들이 한 3명정도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막내가 저랑 비슷한 40대더군요.

근데 다들 미혼에 직장도 변변찮고 그렇다고 합니다.

잠시 후에 함매만 오셨길래 아지매랑 저희 직원들이랑 함매한테 신신당부를 했죠.

"돈을 줄때주더라도 함매몫으로 얼마정도는 빼 놓고 주게......"

"여긴 그래도 아는 사람이 있으니까 이래라도 살지 도시는 함매 무섭네 그러니 다시 생각해보게..."

하지만 어차피 아지매나 우리는 제 3자이고 돈의 주인은 함매니까

어떻게 쓰시던 저희가 상관할바는 아니겠지요.

하지만 그 돈이 어떤 돈인지 13년 정도를 옆에서 봐온 저는 너무 안타깝고 참 서글퍼더군요.

함매말로는 뭐 그 아들내미가 함매돈으로 포항에 집사면 포항가서 사신다고 하시는데

제가 잘못 본건진 모르겠지만

그 아들이 함매를 모실 일은 절대로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잠시후에 함매아들이 왔는데 한 대 후려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차마 그러진 못하고

아지매랑 같이 함매한테 계속 얼마간의 돈은 챙겨놓으라고 눈짓을 보냈으나

결국 그 피같은 돈이 그대로 아들통장으로 스르륵하고 들어가버렸습니다..

그리고 몇일 후.......

다시 그 함매는 길거리에 앉으셔서 나물들을 팔고 계시더군요...

예전의 꾀죄죄한 그 모습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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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자식에 대한 내리사랑에는 끝이 없다고 그러지요....

외국에서는 자식들이 20살 정도가 되면 경제적으로 모든 원조를 끊고

혼자 자립할 수 있게끔 어릴 때부터 경제교육을 철저하게 시킨다고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유교사상이 강해서 그런진 몰라도 부모의 자식에 대한 믿음은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이고 헌신적인것 같습니다.

몇일전 아침 방송에 한분이 나오셔서 강의를 하시는걸 우연히 들었는데

출근시간이라 다 기억은 안 나고 이 말씀하나만 지금 기억이 납니다.

“자녀라는 노후보험은 혜택받을 일이 없으니까 거기에 매달리지 말라”

비록 저도 아직 자식은 없지만 자녀교육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