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이름도 이쁘고 정감이 가는 정선과 영월 여행 이야기도 이것으로 끝이 나네요.,...
물론 조만간에 다시 떠날 정선과 영월이지만 아직도 못 가본 곳이 많아서 더 진한 아쉬움이 남는 여행이었답니다.
서울에서 오기로 한 일행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마침 배에서 밥 좀 달라고 아우성이여서
정선역 앞에 있는 어느 조그만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할미꽃처럼 허리가 굽은 할머니와 할아버지 두 내외분이 가게를 하고 계시던데
어떤 사람들 눈에는 좀 지저분해 보일 수도 있고
마음에 안 드는 부분들이 많을 수도 있는 식당이었지만
원체 그런거에 둔한 촌놈이다보니 그냥 시골스런 분위기가 좋아서
콧등치기 국수와 된장찌게 그리고 맥주 한병을 시켜서 윤주랑 마눌이랑 먹으며
그래도 꼴에 블로그랍시고 어디 포스팅꺼리가 없나하며 식당 안 모습을 이리저리 훑어봤답니다.
음식을 반쯤 비웠을즈음,
가만히 계시던 주인할머니가 시계를 흘깃 보시더니
가게 문도 더 넓게 열고 메밀전 구울 준비도 하시고 막걸리도 몇병을 꺼내놓으시며,
"에이고....오늘은 다섯개나 팔릴란가??"하시는 푸념섞인 말씀을 듣고는 그제서야 뭔가가 퍼뜩 생각이 나서"함매요....그래도 서울에서 오는 기차손님들때문에 장사가 그전보다는 좀 안 나아요?"했더니
할머니 왈, "낫기는 뭐가 나아요..열차 한번 들어오면 한 오십명 정도 오는데 이렇게 물건 꺼내놔도 그냥 뻐이 쳐다보기만하지 안 사고 그냥 가요..."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면 좀 사서 먹고하면 참 재미있을텐데 왜 그러노"하고 말씀을 드렸더니
"기차길이 뚫리도 별로 소용도 없고 요즘 사람들이 어디 돈을 쓰야 말이지요"하는 할머니의 한숨 섞인 대답만 돌아오네요.
어느 지역이나 가면 있는 맛집들.
그리고 그런 맛집에는 정말 좋아서 가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어떤 이해타산관계가 얽혀서 가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그래서 그런 식당들은 넘쳐나는 손님들때문에 행복에 겨운 비명을 지르며 유명세를 치르지만
일반 가게들은 그냥 찬밥 신세에 불과한것 같아요.
물론 좋은 재료들을 아낌없이 사용하는 유명식당들의 음식맛을 작은 가게들이 따라가기에는 힘들겁니다.
화려하게 치장을 한 규방의 규슈들같이 온갖 장식으로 폼을 낸 그런 음식의 위용과 비교하면 참 초라한 음식이고은쟁반에 옥구슬이 굴러가는 것 같은 목소리로 직원들이 음식을 써빙하는게 아닌
어찌보면 좀 무뚝뚝하게 보일지도 모를 촌로들의 시크한 상차림이지만
대충 조물조물 무쳐서 나오는 그 음식들이 더 맛있게 다가오는건 왜인지.....
요리를 하는 사람마다 손맛이 틀리듯
어떤 스타일의 음식을 좋아하고
어떤 분위기의 음식을 좋아하는지도 다 똑같지는 않듯이
평범한 음식이 좋은걸 보니 결국 나라는 놈은 영락없는 촌놈인가 봅니다....
그래서 난 이 메밀전과 함께하는 막걸리 한잔이 그리워서....
조만간에 다시 정선과 영월로의 여행을 계획중입니다......
잠자리는 기차를 개조한 이 게스트 하우스에서......
1박 2일에 나온 선돌과도 눈맞춤을 합니다.......ㅎ
여러부~~~운~~~~~
윤주의 신나는 강원도 여행이야기 기대해주세요........ㅎㅎ
'윤주랑 떠나는 세상 풍경 > 강원도 둘러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의 남산이 부럽지 않은 강릉의 명소 남산의 벚꽃 구경하세요.... (0) | 2015.05.11 |
---|---|
유채꽃과 벚꽃이 있어 행복한 마을 삼척 맹방의 유채꽃축제..... (0) | 2015.05.04 |
6억년의 세월이 만든 걸작 화암동굴 탐방기... (0) | 2015.04.29 |
내년에도 다시 가보고 싶은 제9회 동강할미꽃 축제 이야기..... (0) | 2015.04.28 |
서민들의 애환이 담겨 있는 정선 아라리촌..... (0) | 2015.04.10 |